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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재

사는게 뭐라고 - 사노요코

by 책읽는구리 2020. 10. 1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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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깨달았다.
사람을 사귀는 것보다
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
더 어렵다는 사실을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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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아무것도 모른다.
꽃 한송이의 생명조차 이해할 수 없다.
다만 아는 것이라고는
나 자신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
죽는다는 사실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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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도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지만, 이번 일은 그 이상이다.
나는 선 채로 울기 시작했다. 이번에야말로 진짜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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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. 음, 마음에 든다. 나는 그 대범함에 마음이 이끌렸다. 다이내믹하고 서글서글한 맛이 상상된다. 내일도 봐야지. 왠지 어떤 요리든 손쉽게 만들 것 같다. 일본인은 이 언니에 비하면 너무 진중하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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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매일 아침 몹시 겸허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변한다. 작고 여린 나뭇잎을 기특해하다 보면 이윽고 우주까지도 기특하게 여겨졌다.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무까지 달려가지는 않지만, 제아무리 마음이 언짢을 때라도 창밖을 보노라면 상쾌한 기분이 얼굴을 쏙 내민다.
하지만 사람이란 얼마나 한심한 존재인지. 창문을
닫으면 또다시 금방 겉도 속도 누추한 할머니로 되돌아와 일상을 살아간다. 자신의 기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계절이 아리송한 하늘을 보고 있다니 전화벨이 울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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