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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재

정원가의 열두 달 - 카렐 차페크, 요제프 차페크

by 책읽는구리 2020. 12. 1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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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다. 인간은 무릇 정원가가 된 후에야 ‘살을 에는 추위’니, ‘서릿발 같은 동장군’이니, ‘된서리’니 하는 시적이지만 상투적인 표현에 진정으로 공감할 줄 알게
된다. 한발 더 나아가 ‘올 겨울은 양아치 같다’, ‘성미가 고약하다’, ‘악마 같다’, ‘저주받았다’, ‘성난 야수 같다’, ‘아주 빌어먹을 놈이다’와 같은 자기만의 표현을 창작하기 시작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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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계가 고장 나면 우선 뜯어보고, 그래도 안 되면 시계 수리공을 찾으면 된다. 차가 먹통이면 엔진 덮개를 열고 각종 부속품을 만지작대다 안 되면 정비소로 향한다. 이처럼 세상 모든 일은 어떤 식으로든 손쓸 방도가 있건만 날씨만은 우리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. 그 어떤 열정, 야망, 획기적인 기술, 참견, 협박과 욕설도 통하지 않는다.

 때가 되면 싹이 틀 것이요 봉오리가 터질 것이니,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. 인간의 무력함을 겸허히 인정할 수밖에. 머지않아 인내는 지혜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!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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