- 부제: 크리스마스에 비 맞아봤니?
<르기안>
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는 발리공항에서 갇혀 보내고
오늘 크리스마스가 밝았다.
어제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로 잠들어서 그런지 (계속 집어먹은 과자와 초콜렛은 배는 부르게 하지 못했지만... 배는 나오게 해준 것 같다)
조식 시작 시간 (7시)에 맞춰서 눈이 번쩍 떠졌다.
내가 먼저 일어나서 부스럭 거리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박도련님도 따라서 눈을 떴다.
배가 너무 고프지만.. 조식 식당이 열리자 마자 들어가긴 괜히 눈치 보이니
산책 한바퀴 한 후,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러 가자고 전략을 세우며 방을 나섰다.
숙소에 다양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고...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팔리는 셀렘, 알로카시아, 무늬스킨답서스들이 거대하게 자라있었다. 우리집 화분에서 애지중지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마블퀸(무늬스킨답서스 종)보다 여기서 막 자라는 친구들이 잎도 거대하고 건강했다. 심지어 얼마나 잘 자라는지 아침부터 호텔 관리인들이 식물 가지를 쳐내고 있었다.
숙소 근처를 대충 훝어보고 자연스럽게 조식을 먹으러 향했다. 산타 복장을 한 호텔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.
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.. 캐롤송과 함께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리듬을 타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, 위에서 아래로 바람과 함께 흩날리기 시작했다. 내 머리칼도 파도소리와 함께 얼굴과 목에 찰싹 찰싹 달라붙기 시작하며.. 나의 식사를 방해했다. 하지만.. 비바람도 나의 크리스마스 조식을 막을 수는 없었다. 따뜻한 자바커피는 진하고 고소했다. 채소 & 치즈가 들어간 크로아상 샌드위치는 다섯개도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.
르기안은 공항과 가까워서 잠만 자고 스미냑으로 바로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오전중에 동네 한바퀴를 둘러보기로 했다.
짭 버켄스탁 슬리퍼도 사고(2개에 300,000루피아 25,000원 정도)
르기안 비치와 카페들을 구경하고 바닷가도 한바퀴 돌아봤다.
우기에 비수기인지 바닷가에 쓰레기가 많이 밀려왔고 청소하고 있는 현지인들이 보였다.
지나가다 마주치는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"Merry Christmas~~!!"를 외쳐주었다.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적했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조금씩 들떠 보였다.
스미냑으로 이동
스미냑을 가기 위해, grab 택시를 타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. 발리의 도로는 좁고 신호등이 없었고, 차와 오토바이들이 뒤엉켜서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속에 규칙과 룰이 있는지 택시는 비를 뚫고 무사히 스미냑의 숙소에 도착했다.
- 택시비 : 76,000 루피아
배가 너무 고파서 숙소에 짐만 후다닥 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
발리의 청담동이라는 스미냑 빌리지로 출발. 여전히 비는 억수로 내린다.
숙소에서 스미냑 빌리지까지 직선으로는 굉장히 가까운데.. 가는 길은 꼬불꼬불 돌아가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.
박씨의 택시탈껄 타령을 무시하며 천천히 걸어간다.
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좋아진 박도리
비를 해치며 걸어오는 길이 힘들었지만 새우탕 국물 한 숟갈에 사르르 녹아내린다.
- 점심 : 550,000 루피아
숙소에서 스미냑 빌리지까지 올 때 도로가 좋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는데... 돌아가는 길에 해변 길을 발견했다.
숙소까지 쭉 연결되어 있는 해변길. 짙은 구름도 강한 바람도 마냥 재밌다.
호텔 수영장 전세내기
비가 와서 그런가 왜 아무도 없는가요?
와... 너무 맛있는 저녁
수영해서 더 맛있기도 하겠지만 발리 음식은 왠만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.
- 저녁 : 425,600 루피아
숙소 야경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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